목소리의 형태,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힐링 애니메이션 추천
이 애니메이션은 예전에 한 번 보려고 시도했다가 초반 전개가 다소 답답하여 안 봤던 것 같다.
이번에 인내심있게 다시 시도해 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있었다.
"목소리의 형태"를 나무위키에 검색해보면 장르가 '드라마, 멜로'라고 되어 있는데, 사실 '멜로'의 요소는 그다지 없기에...
(네이버도 마찬가지로 영상 정보를 검색해 보면 요약된 내용이긴 하지만, 내용이 참 부실하고 부적절하다고 생각될 때가 많다.)
목소리의 형태는 만화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으로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작품이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는 학창 시절을 배경으로 하여, 멜로라기보다 학생들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에 가깝다.
여느 보편적인 초등학교 남자 아이인 이시다 쇼야는 어느 날 같은 반으로 전학을 온, 청각 장애를 가진 니시미야 쇼코라는 여자 아이를 만나게 된다. 그냥 관심이 갔던 걸까, 여느 초등학생처럼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걸까.(초등학생이 아무 생각이 없나?) 작품 안에서 이시다는 건강한 상식을 가진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데, 어째서 다른 아이를 괴롭혔던 걸까, 살짝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긴 하다.
이시다는 귀가 들리지 않는 니시미야에게 장난이라고 보기엔 지나친 행동을 하게 되고, 니시미야의 보청기가 계속 분실되자 이를 의심한 부모에 의해 이지메로 고발되고 만다. 니시미야를 괴롭히던 이시다를 방치 또는 함께 장난을 쳤던 아이들은 그때부터 이시다를 오히려 이지메하게 되는데...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이지메코'(이지메를 했던 아이)라는 명목이 따라붙으며 외로운 학창 시절을 보내게 된다.
애니메이션은 다소 축약적인 편집 형태를 보이고 있기에 잠시 한 눈을 팔면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이시다의 상황에 대한 중간 설명 없이 배경은 이시다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누군가에게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건네고 (자살하려는 듯) 다리로 가는 장면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자살은 하지 않았고, 이시다가 돈을 건네 준 사람은 자신의 엄마였다. 아마도 부모가 대신 지불했던 니시미야의 보청기 값을 자신이 벌어서 갚았던 것 같다. 그리고 죽기 전에 니시미야를 한 번 보기 위해 찾아가는데, 그곳에서 잠시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 인연이 계속 이어져 나간다.
니시미야를 만나러 간 곳에서 니시미야의 여동생을 알게 되면서, 서로 왕래를 하며 지내게 된다. 처음엔 이시다를 적대시하던 니시미야의 동생은 니시미야를 괴롭혔던 일로 이시다가 충분히 괴로웠으며, 반성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이시다를 받아들이며, 친해진다.
이시다가 니시미야를 만나게 되면서, 헤어졌던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의 만남도 함께 이어지며 묵혀두었던 옛날 이야기가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고, 본격적으로 갈등 구조가 시작된다.
항상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니시미야는 겉으로 보기에 밝고 꿋꿋해보였지만, 사실은 자신이 주변에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으로 혼자서 힘듦을 감내하고 있었다.
이시다는 니시미야에게 미안함을 갖고 있었고, 니시미야 역시 자신 때문에 이시다에게 폐를 끼쳤다는 생각에 미안함을 늘 갖고 있었던 것. 장애를 갖고 있던 니시미야를 둘러싸고, 괴롭혔던 아이, 방관했던 아이, 불편한 마음을 감추고 겉으로 상냥했던 아이 등등 여러 사람들의 마음과 심리, 친구들 간의 미묘한 감정들이 섞여 나온다.
애니를 보면서 사람의 섬세한 감정을 참 놓치지 않게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가 안들리는 친구에 대해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여러 가지 감정들과 또 익숙하지 않기에 실수할 수 있지만, 애초에 나쁜 마음은 아니기에 미안한... 이런 것을 말하자면 '서투르다'라고 표현하면 될까?
생각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이지메를 한 아이와, 그 아이가 다시 낙인이 찍혀 '이지메'를 겪게 되는 상황, 그 안에서 느끼는 반성과 자기 후회, 용서를 구하는 과정까지. 그리고 그 주변의 연관된 사람들의 심리까지.
이지메를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형태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관련된 사람들의 감정과 심리, 그리고 화해를 보여주는 방식이 좋았던 것 같다.
자신으로 인해 친구들 사이에서 계속해서 감정이 어긋나고 싸움이 되는 것을 목격하던 니시미야는 결국 어느 날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선택을 하게 되는데, 때마침 그 장면을 목격하게 된 이시다가 니시미야를 붙잡아 올린다. 그러나 그로 인해 이시다는 크게 다치고 의식을 잃게 되지만, 결국 의식을 되찾고 이것을 계기로 친구들은 다시 학교 축제에서 함께 화해를 하게 되며 애니는 끝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개성과 특징을 가지고 있고, 성격도 제각각 다르다. 장애를 갖고 있지 않아도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거니와, 한편 시각 또는 청각 장애를 가진 경우, 일반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무지에서 오는) 이런저런 실수도 하게 되며,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불편감을 느끼기도 한다.
자기와 다른 사람에 대해서 포용력을 가지는 것은 쉽지 않다. 애니 속에서 니시미야가 말을 할 때, 청각 장애인이기에 발음도 이상하고 목소리 또한 편안하지 않다. 그것을 들으며 불편한 감정을 나 또한 느꼈다.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나를 보며, 정말 포용의 범위가 작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등을 보다가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 성격의 사람을 보면 금방 불편하고 싫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세상에 내 취향에 맞는 성격의 사람이 얼마나 될까?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작은 조각을 찾아 조금씩 수용하고 알아가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목소리의 형태"를 보며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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