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니 추천 「 기생수 」
*줄거리에 관한 스포가 있습니다.
사실 괴물이 등장한다거나 살육이 난무하는 장르는 개인적으로 잘 보지 않는다. 보는 동안 시각적인 자극으로 피곤하고, 이상한 정신세계로 인해 내 마음 상태가 불편해지는 것 이외에 아무런 감동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싫어하는 모든 요소를 담고 있음에도 무언가 나에게 마음의 깨달음을 준다면 그것은 별개지만...
결론적으로 "기생수"는 100점 만점 70점 정도였다. (개인적인 평가니까 개인적인 의견으로서 받아들이시면 좋겠다)
요즘 넷플릭스를 통해 일본 애니를 종종 보면서 느끼는 건 역시 참 그림을 잘 그리고, 잘 만든다라는 느낌이었다. 2차원의 그림은 때때로 실제 사람이 연기하는 드라마보다 마음에 안정감이나 편안함을 주는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치할 것 같은 제목의 만화들도 때론 기대 이상의 힐링을 주기도 한다. "기생수" 역시 괴물의 역동적인 움직임이라든가 묘사 등을 보며 감탄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미묘한 표정의 표현은 다소 어색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타 생명체가 '인간'을 먹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일?
애니메이션 "기생수"는 전체적으로 24편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24편으로 구성하기 위해 다소 중간에 불필요한 내용을 늘렸다는 생각도 들었다. 초반에 이야기하는 '인간과 기타 생물'에 관한 관점과 주인공의 몸에 기생하게 되는 '오른쪽이(미기)'의 감정이 없고 지극히 합리적인 사고방식은 신선했다.
사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틀린 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에. 동물을 아무렇지 않게 살육하는 인간이 단지 '인간을' 살육한다는 이유로 다른 생명체를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다. 그리고 '인간을' 살육한다는 이유로 그 타 생명체를 살육한다면, 식량을 얻기 위해 인간을 살육하는 타 생명체와 인간의 다른 점이 무엇일까?
인간 역시 '식량'이라는 이유로 타 생명체를 살육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것도 지구의 역사상 전례 없이 대규모로 말이다. 기생 생물은 인간을 먹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는 설정으로 되어 있으나, 사실 기생 생물의 입장에서 인간을 먹지 않아야 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기생 생물의 입장에서 '인간'은 단지 자신들과 똑같은 '생물'이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안에서 일반적으로 기생 생물이 인간을 잡아먹는 경우, 인간의 뇌 전체를 흡수하여 그 인간 전체를 지배하게 된다. 하지만 주인공의 경우는 어떠한 메커니즘의 오류로 인해 기생 생물이 단지 주인공의 오른 팔만 지배하게 된다.
그래서 이름이 '오른쪽이'다. 처음에는 당황하던 주인공은 '오른쪽이'와 대화를 해나가는 사이, 인간이 일반적으로 당연히 가지고 있는 '인정'이나 '헌신' 등 '마음'이라는 부분에 관해 기생 생물은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어느새인가 자신도 기생 생물처럼 다소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변해간다.
또 역설적으로 기생 생물들은 인간을 관찰하며, 인간의 '마음'에 관한 부분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일부 기생 생물은 인간을 닮아가기도 한다. 한 예로 애니에 등장하는 기생 생물 중 여자로 둔갑(?)하는 한 생물은 인간의 몸이 된 이후에 똑같이 인간이 된 남자 기생 생물과 교미를 통해 임신을 하게 되는데, 이때 임신하게 된 아기는 아주 평범한 '인간'의 아이였다.
인간의 아이를 낳아 기르는 사이 기생 생물은 어느새인가 기생 생물과 인간의 중간 즈음의 마음을 가지게 된 것 같다. 더 이상 식량으로서 인간을 살육하지 않았으며, 인간과 마찬가지로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기생수, 인간과 기생 생물은 친구가 될 수 없는 걸까?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주인공과 오른쪽이는 서로 협력하여 자신의 주변의 친구라든가 가족, 그리고 가능한 인간의 살육을 막기 위해 기생 생물과 대치해 싸우게 된다. 그러는 사이에 서로 친구와 같은 존재가 된다. 개인적으로는 애니에서 '오른쪽이'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괴로움에 처한 주인공을 북돋아주거나, 현명한 길을 안내해 줄 때가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아무런 감정 없이 '괜찮아, 너라면 괜찮아. 진정해. 침착하고 심호흡해' 이런 말들이 어느샌가 주인공에게 매우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감정이 없는 '오른쪽이'지만 후반부에서는 주인공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하여 주인공을 구하기도 한다.
'오른쪽이'가 죽었을 땐 매우 섭섭했으나 다행히 기생 생물들은 '세포' 단위의 생명체인지라 다시 부활하였다 :) 그리고 한 몸으로 지내는 사이 주인공 역시 신체적인 능력의 향상을 경험한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살육을 막기 위해 기생 생물을 대량으로 살육하게 되고, 가장 강력한 존재였던 어떤 기생 생물과의 대치에서 주인공이 승리함으로써 어느 정도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기생 생물을 대량으로 살육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기생 생물과 실제 인간을 제대로 판별하지 못해 인간도 죽이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인간을 살상한다는 사실에 대한 '옳고 그름' '도덕적인 패러다임'은 영원히 인간에게 숙제이지 않을까 싶다.
"미스터리라 하지 말지어다"라는 얼마 전 본 일드에서도 이와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드라마 역시 매우 신선한 관점을 전환을 보여주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재밌으니 한 번 보시길 추천드림)
나는 평소에 인간 역시 다른 동물들과 똑같은 '생명체'라고 보는 것이 맞다는 관점을 가진 사람이기에, 이번 애니에서 보여 준 관점의 논의가 흥미롭고 반가웠다. 만물의 영장으로서 '인간'이 가져야 하는 위치는 무엇인지, 해야 할 행동은 무엇인지 시사점을 던져주는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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